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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기점으로 책이든 노래든 인간을 분류하려는 것 같다. 어린 것과 나이 든 것. (무언가를) 몰라도 되는 나이와 몰라선 곤란한 나이. 좋든 싫든, 준비 되었든 말든 온전한 어른의 영역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
서른이 되기전에 결혼은 할런지 걱정을 하는 시스타. 서른살의 심리학이나 서른을 위한 자기 계발서 기타등등 . 이 모든게 故김광석의 가삿말에 심취한 누군가들의 합작인가 싶다. 가끔 "나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고민은 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주어진 삶을 가능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살고자 노력할 뿐이다.
나의 삶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런 나를 안타깝게 여기는 분들이 계실 뿐이다.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 저축한 돈은 얼마나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나 혼자 해도 될 걱정을 가족, 친척, 친구, 동료들까지 품앗이처럼 함께 걱정해준다. 그렇다고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오지랖과 애정의 교집합 사이를 동동 떠다니는 말들이 신기하게도 처음엔 무감각하다가도 이후엔 잠들기 전에도 생각날 만큼 나를 압박한다. 백세인생을 논하는 지금 삼십대가 꼭 무언가를 해야할까. 아니 사십대 건 오십대 건 내가 굳이 다른 사람과 같은 인생 그래프를 그릴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너무 다르게 생겼고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친구가 넌지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토해낼 때 나는 메아리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 때문에 친구와 나의 대화를 들으면 마치 돌림노래와 같다.
-아무것도 하기싫어. / -나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
-먹는 것 조차 귀찮아. / -나도 차라리 안먹고 살고 싶어.
-먼지가 되고 싶다. / -미립자가 되고 싶어.
이렇게 모지리들은 넋두리와 쓸모없는 대화로 서로 어깨를 토닥인다. 바보같은 말로 '나도 이렇게 헤매고 있다.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 라고 주고 받다보면 조금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든다. 근본적인 문제는 오롯이 남아 있지만 말이다. 나의 삶의 기준점이 내가 아닌 '외부(타인)'에 서 있는 순간, 삶은 너무나 괴로워진다. 외부의 것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나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많아지고 옳은 것들이 모호해진다. 돈은 행복을 살 수 없다고 부르짓다가도 돈만 있으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하는 거다. 물론 전자가 맞을 수도 있고 후자가 맞을 수도 있다. 또한 머리 속에 잡생각이 많아져 짧은 글조차 읽을 수 없게 된다. 일주일에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할 때가 있었다. 내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나를 매달고 다닐 때였다. 나의 스케줄이 아니라 그들의 스케줄이었고, 나는 그들의 기준에 맞춰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다른 사람처럼 일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바쁘게 채찍질 당하다가 하루 정도 마음 놓고 쉴 때가 있었다. 책을 읽다가도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하고 다른 소일거리 혹은 잡지,티브이를 켠다. 그러다가 급한 전화로 일이 날아들면 컴퓨터에 붙잡히고 만다. 도무지 한가지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된다. 덕분에 책장엔 사 놓고 읽다만 책들만 가득하다. 한창 일에 매진할 때는 소설책 한 권을 집중해서 읽지 못해 책 한 권을 온전히 읽는데 1년이 걸렸다. 아니. 그것보다 더 걸린 것 같다. 어쨌든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살기 시작하면 책도 읽을 정신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서른에 하면 좋은 일들이 많지만, 좋은 일은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 다 좋다.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삶에 안일한 패배자같을까? 내 생각에 우리나라는 5만시간의 법칙이라든가 성공하는 자들의 메모습관, 하루 30분 학습의 기적과 같이 성공적인 삶에 대한 판타지가 너무 짙은 것 같다. 남보다 앞서가지는 못할지언정 뒤쳐지면 안돼! 뒤쳐지지 않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달리다 넘어질 것을 대비해 보험도 들고, 혹여나 다칠까 밴드도 사놓고. 아주 바쁘게 산다. 얻는 것도 지키는 것도 많겠지만 삶이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진취적인 삶을 사는 이들을 기만하는 것은 아닐까.
나 역시 오늘보다 내일, 작년보다 올해 더 나아진 나를 보는게 즐겁다. 미뤄둔 책을 읽거나 색연필을 쥐어보기도 하고 외국어 공부도 한다. 물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도 있다. 남들보다 가지지 못한 것도 이룬 것도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불행할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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